同心聲氣默猶通
오랜만의 영화감상문 하나.
놈놈놈을 방금 보고 왔다. 주위에서 하도 실망이라는 말을 하길래 얼마나 영화를 망쳐놨을까 생각했었는데, 막상 보니 나는 만족스럽다. 솔직히 그만 하면 잘 찍은거지.
놈놈놈에서 무엇이 모자란가? 스토리가 부실하다?, 오락영화다?, 호불호가 갈린다?… 뭐 그런것들 정도. 맞는 말이다. 스토리보다 때깔에 더 투자를 했고 화면의 와꾸에 더 많은 노력이 들어갔고 보여주는데 더 공을 들인 영화라는것은 예고편만 봐도 한눈에 들어난다.
우리가 주저않고 명작이라고 꼽는 아라비아의 로렌스는 그 웅장한 스토리 만으로도 위대한 작품이라는 평을 듣지만 꼭 빠지지 않고 언급되는 것은 70mm의 와이드스크린을 처음 보여준 영화라는 것이다. 단지 그것만으로도 아라비아의 로렌스는 세계 영화사에서 빠질 수 없는 영화로 자리매김을 했다.
영화의 영상이라는 것은 절대로 스토리의 뒤에 있는 부가적인 것이 아니다. 만약 그렇다면 영상문법 따위의 영화 언어가 존재할 필요가 없다. 그냥 다큐멘타리가 와따이며 몽따쥬니 뭐니 하는 것들은 하등 쓸데 없는 것일거다. 물론 놈놈놈과 영상 문법사이에는 재벌집2세와 나 사이 만큼 개연성이 없다만, 영상 그자체가 가지는 영화에서의 의미는 간과할 것이 아니라는 것 정도에서 이해하고 넘어가 주길 바란다.
그렇다면 놈놈놈은 어떠한가? 내가 느끼기로 그정도의 영상을 만들어 낼 수 있는 나라는 세계적으로 몇개 안될 것이다. 돈만 들이면 된다고 생각하는가? 절대 아니다. 축적된 경험과 노하우가 없다면 그 색감과 화면, 카메라 무빙, 리듬감 등등 절대 안나온다. 어중간하게 찍었다간 절대 안붙는다. 그만큼 우리나라 영화 산업(전체가 아니고 경험의 측면)의 기본기가 있다는 것 아니겠나.
사실 스토리는 빈약하다고 볼 수 있다. 갑자기 개연성도 없고 잘 죽지도 않고… 송강호씨가 웃을 때 이미 둘 사이의 관계는 다 예상할 수 있고… 그런데 스토리라는 것이 뭔가 장대한 감정이입이나 의미부여를 해야만 탄탄한 것인가? 영상과 잘 조화되는 것이라면 그것만으로 괜찮은 것 아닌가?
중간 중간 지루한 감이 드는 몇몇 시퀀스 들이 있었지만 추격씬이나 총격전은 분명히 상쾌한 시각적 쾌감을 선사한다. 한마디로 잘 계획된 화면안에서 치밀하게 짜여진 리듬감이 주는 즐거움이 주가 되는 영화라는 거다. 달파란을 위시한 사운드 트랙 효과 또한 그렇고.
트랜스포머를 보면서 스토리의 개연성을 따질 것인가? 분명히 오락영화에 스토리의 개연성을 따지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하지 않았나? 반대로 스토리가 그렇게 중요한가? 그렇다면 작년의 D워 열풍은 어떻게 되는 것인가? 스토리만으로 영상을 까면 안된다고 하지 않았나? 그런데 왜 하필 놈놈놈은 그 중간에서 양쪽을 다 만족시켜야 하는가?
만약 놈놈놈이 오락영화가 아닌 어중간한 노선을 택했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하지만 달콤한 인생에서도 그렇듯이 김지운 감독은 영상미 자체에 신경 쓰는 감독중 하나다. 달콤한 인생의 누와르 화면도 그렇고 그 전작들의 잘 뽑힌 영상들도 그렇고.
혹시나 영화를 보는 동안 추격씬이나 영상 자체가 정말 지루하고 괴로워서 견딜 수 없었다면 할 말이 없다. 그렇지 않고 전체적은 호흡은 만족스럽지 않았을지 몰라도 그 순간순간에 영상에 몰입되었었다면, 스토리나 오락성으로 이 영화를 실망스럽다고 말하기에는 무리가 있는것 아닐까?
마지막으로 스토리라는 것… 그거 솔직히 믿지 못하겠다. 두사부일체가 우리나라에서 히트를 치면서 감동이란 단어가 사람들 사이에서 오갔다. 앞뒤도 안맞고 두서도 없는 그 스토리에 만족을 느끼는 정도라면, 스토리의 빈약성이란 단어 대신, 본인 취향의 스토리가 아니라고 말하는 것이 더 솔직한 것 아닐까?
난 뭐 만족하면 봤으나 평도 그렇고 하니 추천은 하지 않겠다만, 주위에서 물어본다면 볼만한 영화라고 말 할 예정이다. (손가락 가지고 장난치는 것 빼고. 나 그런거 정말 싫어함 ㅠ.ㅠ)
나도 이거 재밌게 봤는데요? ㅎㅎ
영화의 미덕은 스토리로 보는 사람도 있지만
영상미 그자체로 보는 사람도 있지 않겠어요?ㅋㅋ
물론 저는 얼마나 잔인하냐로 판단하지만…